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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생활을 시작하고..(1)

REBRO_SEMI 2022. 4. 21. 00:15

21년 2월 23일 온세미컨덕터코리아 합격 문자를 받고 2주 후, 21년 3월 8일 쌩신입 꼬꼬마가 출근하였다.

 

회사 생활은 어떨까? 일할 것도 많았고 배울 것도 많았고, 스트레스도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좋은 부서 선배님들을 만나서 알찬 회사 생활을 했다.

 

1. 입사 후 아무 것도 모르는 나.

입사했을 때 부서엔 부장님 두 명과 대리님, 그리고 사원 두 분이 있었다. 입사했을 시엔 8인치와 6인치 라인이 있었는데, 나는 6인치 라인을 주로 담당하는 것으로 결정났다. A 사원님이 실질적으로 6인치 라인의 실질적 업무를 거의 처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A 사원님이 나의 사수가 되었다. (공식적으론 B 부장님이 나의 사수였고, 실제로 정말 많이 배웠다. 가르치는 것에 열정적이시고 엔지니어로서 책임감이 투철했기 때문에 진심으로 존경하시는 분이다.)

 

A 사원님은 일처리를 능숙하고 빠르게 처리하시는 엘리트에 야근하는 걸 싫어하는 효율적인 분이었다. 거기에 개구쟁이 같은 면이 있어서 매력적이긴 했는데, 관계에 대해 선이 확실하신 분이라 아직도 A 사원님~ 하고 부른다. 완전 처음에 나랑 나이가 같다고 해서 되게 친해질 줄 알았는데... 적당히 친해졌다 ㅋㅋㅋ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형 같다.

그리고 일을 잘하시는 분이었는데... 본인도 일이 너무 많아서 날 가르쳐주실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럼 나는 초반에 무슨 일을 했을까?

 

2. 조금씩 알아가는 나.

첫 한 달 간은 그날 배운 것을 정리하며 공부했다. 부장님의 깔짝 강의나 Process flow, 전산 프로그램 다루는 법 등을 공부했었다. 가끔 A 사원님 라인 가실 때 따라 들어가서 어깨너머로 HoldRun 처리하는 걸 배우기도 했다. 뭐... 큰 일을 한 건 없다.

 

한 달이 지나고도 일 하는 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부장님이 주신 주간 보고서에 들어갈 간단한 아이템을 진행하거나 부장님의 일을 Support 하는 방식으로 일을 했다.

 

3. 꼬꼬마 신입사원이 겪은 시련

그러던 와중에 내가 Main 으로 담당하는 아이템이 생겼다. (입사한지 2달 밖에 안 됐는데???) 계측 장비가 들어왔는데, 그것을 이용해 Gate Oxide Quality 를 주기적으로 검사할 수 있도록 Set up 하는 프로젝트었다.

처음엔 뭣도 모르고 부장님이 하라는 일을 하면서 자연스레 내가 그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그래서 그룹장님한테 ppt 보고를 했었는데.... 배경도 제대로 모르고 일을 하고 있냐면서 혼났다. 모르는 게 당연하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으니까. 모르는 게 당연해서 그런지 혼나는데도 기분 나쁘지 않았다. 내 잘못의 근본적인 원인은 나에게 없었기 때문이다.

나 입사하기도 전에 주고 받았던 메일을 보면서 무슨 배경이 있었는지 알아냈고, 부장님들과 대리님께 질문하며 배경을 알아갔다.

 

그 일을 하면서 많이 힘들었던게.. 원래 있던 시스템을 바꾸다보니 생산 부서와 설비 부서에 협조를 요청해야 될 일이 많았다. 협조를 요청하면 싫다고 한 부서도 있었고, 해달라고 하니 마지못해 해주는 부서도 있었다. 하지만 갓 입사한 사원이 협조 요청하는 게... 쉬운 게 아니다. 내가 직접 시스템을 구축하다보니 어떤 게 효율적인지, 어떤 게 편리한 지, 어떤 방식이 양산에 적합한지 스스로 알아갔다. 그 과정에서 생산 쪽과 트러블도 있었어서 좀 힘들었다. 실제로 현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은 작업자 님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배려하며 시스템을 만들어가긴 했지만, 변한다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있기 때문에 트러블이 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변화에 대한 거부감은 당연하다. 일하다 사고치면 작업자 님들은 고과 반영이 직접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뭐 어찌됐든 그건 잘 Set up 되었다. ㅎㅎㅎㅎ

 

하나 더 생각나는 게 POLY 증착 후 발생하는 defect 이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내가 담당하게 되었다. 그거 때문에 테스트를 많이 했었는데, 그러면서 굉장히 많이 배웠다. 라인에도 자주 들어가게 되고 좋았다. 근데 공정상 해결할 수 없는 거라서.. 결국 해결하지 못해서 그다지 좋은 기억은 아니다.

 

4. 효율 ZERO 인 나.

회사 생활 첫 번째 이야기를 마무리 하면서 내가 초반에 일하는 방식은 어땠는지 간단히 말하고 마무리하려 한다.

나는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다. 부장님이 뭔가 하라고 하면 고민을 엄청 많이 했고, 자료를 찾으려고 한참동안이나 홈페이지를 뒤지곤 했다. 그러다보니 신입치곤 야근을 좀 했는데... B 씨가 도대체 왜 그렇게 야근하냐고 진지하게 물어봤다. 내가 생각해도 난 야근할만큼 일이 있지 않은데.. 난 왜 그렇게 고민을 많이 했을까? 뭐 그래도 고민을 그렇게 하니 사고는 안 치게 되더라. ㅋㅋㅋㅋㅋ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자리를 비우는 것도 직장인이 가져야 할 능력 중 하나다. 열심히 일하되 길게 하진 말자! 고 다짐하며 퇴근했다. (뭐 나중엔 야근하기 싫어도 야근했으니..)

 

다음 이야기엔 입사 3개월 후 본격적으로 고통 받는 나에 대해 주저리 주저리 해보겠다.

 

ps. 부장님은 내가 일하는 방식을 터치하지 않았고, 전혀 터치하지 않았다. 즉, 자유롭게 일을 했다. 그리고 가르쳐주실 땐 적극적으로 가르쳐주셨고 질문하면 성실히 대답해주셨다. 개인적으로 그런 자유로운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잊을 수 없는 회사생활이 된 가장 큰 원인이다. 존경합니다 부장님. (너무 힘든 것만 말한 거 같아서 오해할까봐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