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리를 잘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주저리 주저리 쓸 것이다.
0. 에피타이저
내가 재수를 하고 휴학을 한 학기 해서.. 학사 졸업인데 28살에 신입으로 들어간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입사 시기가 살짝 늦은 감이 있다. (그냥 개인적인 생각..) 그리고 현재 나노종합기술원에서 전문인력양성사업 교육을 듣고 있다. 취업을 했으니 이제 이 교육은 곧 수료한다.
20년도 12월에 온세미컨덕터코리아는 공개 채용을 모집했다. 그동안 수시 채용을 하며 채용 인원이 1명으로 국한됐었는데, 이번 공채를 통해 바늘 구멍이 살짝 넓어진 느낌이었다. 일단 20년도 하반기에 신입들이 대기업으로 많이 빠져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8" 웨이퍼 시장이 올라오며 온세미도 사람이 많이 필요하다고 한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합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번 공채를 통해 신입 공정 엔지니어를 8명 뽑았다고 들었다.(친구한테 들었다. 비밀인데... 아무도 안 보겠지? ㅎㅎ) 사람인을 통해 지원자 수를 보면 신입 공정 엔지니어만 721명이 지원했다. 그러니까 약 90:1의 경쟁률이었던 것이다. 물론 만만치 않은 경쟁률이지만 현재 채용 시장에서 이정도 경쟁률이면 평범한 것이다. 그리고 8명이나 뽑았다는 게 큰 운이었다.
본격적으로 서류부터 1차 면접, 2차 면접까지 다뤄보자. 일단 온세미컨덕터코리아는 떨어진 사람에게 연락을 주지 않는다. 채용 전형은 서류-1차 면접-2차 면접. 이렇게 끝이다. 인적성은 없고 신체 검사도 없는 듯 하다.
1. 서류
서류는 20년 12월 7일에 공고가 떴고, 17일에 채용설명회 진행, 20일까지 마감이었다. 온세미컨덕터코리아의 서류는 [사람인을 통해 접수]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력서나 자소서를 작성할 때 글자 수 제한이 없고, 자소서 문항도 정해져있지 않다. 자소서 문항은 삼성 문항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1번은 지원동기랑 포부, 2번은 자신의 성장에 큰 영향을 준 사건, 3번은 직무 관련 역량을 키우기 위한 노력과 경험 으로 적었다.
글자수는 적당히 쓰려고 했다. 이력서는 500자 이내로 적었고, 자소서는 1000자 이내로 적었다. 대부분의 중견기업 특성상 길어야 800자인 경우가 많다. 너무 길면 안 좋아한다는 것이다. (물론 내 생각임 ㅎㅎ)
서류 발표는 1월 중말 즈음에 떴다는 것을 취업 관련 카페를 통해 알았다. 연락이 안 온 걸 보니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2월 10일에 붙었다고 연락이 왔다. 추가모집을 한 것이다.(정말 운이 좋았다..)
아마 내가 붙은 이유는 학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 학점이 엄청 높진 않지만 쫌 높다! ㅋㅋㅋㅋ (3.99/4.50)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솔직히 자소서는 예전에 지원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작년 10월쯤에 IDM 직무로 지원했었다.) 그리고 내 친구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동기인데 친구에겐 연락이 안 왔다..
2. 1차 면접
1차 면접은 2월 16일 16시였다. 코시국에 대면 면접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코로나 검사를 받아오라고 했다.(공정 엔지니어의 경우 중요한 직무라 예외적으로 대면 면접으로 진행한다고 했다.) 그래서 생애 처음으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여튼 각설하고 면접에 관해 말해보면, 면접관 : 지원자 = 4 : 5 였다. 면접관은 포토/에치 그룹장님, 메탈 그룹장님, 디퓨전 그룹장님 (각 그룹장님마다 두 개의 공정을 맡았었는데... 포토에치 제외하곤 기억이 흐릿하다.) 3명의 그룹장님과 인사담당자님이었다. 지원자가 좀 많았던 이유는 면접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조에서 사람들을 땡겨왔다. 면접예정자가 12명 있었던 거 같은데, 여러 명 빠져서 10명 내외만 면접을 본 것 같다.
질문은 몇 개 안 받았지만 지원자가 많아서 그런지 40-50분 진행되었다.
면접 질문
1) 자기소개
: 나의 경험을 간단하게 소개한 후에 이 경험을 통해 얻은 것은 [문제해결에 대한 의지]였다고 말했다. 문제 원인 파악과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고민했고 그 결과 여러 성공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나노종합기술원에서 전문인력양성사업 교육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 면접일이 교육 2일차라서 크게 언급하진 않았다.
=> 나노종합기술원 교육을 언급할 때 포토/에치 그룹장님이 살짝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이후 질문에선 물어보지 않았다.
2) 반도체 공정에 대해 말해보는데, 공정실습을 해봤으면 그것에 대해 설명해보세요.
: 태양전지 공정실습을 했던 걸 설명했다. 포토리소그래피, wet etch, lift-off를 직접 진행했고, spin coater, aligner, e-beam evaporator 등의 공정 장비를 직접 사용했다고 했다.
추가로 공정 과정에서 발생한 defect를 없애기 위해 직접 공정계획을 수정한 것에 대해 설명했다.
-> 추가질문: e-beam evaporator를 사용할 때, source가 뭐였나요?
: 이건 거의 기억에 없어서 대충 말했는데.. 처음에 구리라고 자신감 있게 구라쳤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색깔이 구리가 아니었던 게 기억났다. 그래서 구리가 아니라 골드를 사용했다고 했더니... 메탈 그룹장님이 굉장히 마음에 안 드는 표정을 지으셨다. ㅋㅋㅋㅋㅋ ㅠㅠㅠㅠ 이샛키 구라치네? 이런 표정이었다.
실제로 사용한 소스를 찾아보니 AuGe/Ni/Au alloy 였다. ㅋㅋㅋㅋ 이 합금이 ohmic contact을 만들 때 자주 쓰이는 합금인듯 하다.
3) 자신의 단점과 그것을 극복하려고 어떻게 했나요?
: 단점은 열정이 과해 팀프로젝트를 할 때 팀원과 종종 트러블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역할 분배를 철저히 해 과한 열정을 나에게만 쏟는 방식으로 극복한다고 했다. 이를 통해 나 스스로는 맡은 바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 되었고, 팀원과의 트러블도 사라졌다고 했다.
=> 이 부분은 자소서를 쓰며 많이 익숙한 내용이었는데... 엄청 더듬었다. 뭐 대단한 내용도 아니고 경험이 있던 것도 아닌데 왜 더듬었는지 모르겠다.. 준비를 안 해서 그런가보다.
4) 영어질문: 유튜브든 뭐든, 어제나 오늘 본 기사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 전날 본 wafer capacity에 대해 말했다. wafer capacity는 한 달에 생산하는 웨이퍼 장수를 뜻하는데, 삼성전자가 1등이고 TSMC가 2등이다.(210215 기준) 준비한 게 나와서 정말 다행이었다. 온세미컨덕터코리아 면접 특성상 영어 질문은 좀 더듬더라도 끝까지 말할 수만 있으면 된다. 면접관분들도 편하게 얘기하라고, 단어가 생각이 안 나면 그냥 한국어로 대체하라고 하셨다.
그런데 대답을 못하는 것은 치명적이다. 실제 1명이 대답을 못 해서 그 사람은 자신이 준비한 것을 따로 말했다.(사실 이 분은 1차 면접 붙었지만 2차 면접에서 떨어졌다.)
5) 온세미컨덕터에 지원한 이유와 자신이 온세미에 붙어야 하는 이유를 짧게 설명해봐라. 설명시간이 1분 지나면 커트하겠습니다.
: 온세미컨덕터의 가장 큰 장점이 차량용 CIS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다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앞으로 자율주행산업은 미래 기술의 중점에 있는 산업이 될텐데, 그런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는 온세미컨덕터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내가 붙어야 하는 이유는 온세미컨덕터가 원하는 공정 엔지니어의 역량과 내가 갖고 있는 역량이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분석력이나 문제 해결력을 통해 공정 엔지니어로서 전문성을 쌓고 온세미컨덕터에 공헌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 후에 설명하겠지만... 이 대답은 좋지 않다!! 그리고 내가 붙어야 하는 이유도 너무 평범했다고 생각한다.
6) 면접관들에게 질문하고 싶은 것.
: 어떤 유형의 신입 엔지니어를 선호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라고 질문했는데.. 어떻게 말해주셨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으..
=> 2), 3) 대답 제외하곤 평범하게 잘 말했다. 공정 엔지니어라 좀 더듬어도 괜찮다고 하셨다. 그래도 2)에서 기억 안 나는 걸 억지로 대답한 게 마음에 걸려서 탈락할 거라 생각했다.(예상은 빗나가라고 있는 거다 ㅇㅈ?)
1차 면접을 진행하며 우리 조가 가장 마지막 조였다. 그래서 그런지 면접관 분들이 굉장히 피곤해보이셨고, 맨 오른쪽 분은 눈이 충혈되서 쳐다보기도 무서울 정도였다. 그런데 우리 지원자 모두 대답이 굉장히 길었다. 그나마 내가 짧게 말한다고 하긴 했는데.. 2) 대답이 좀 길긴 했다.
면접관 분들이 질문할 때마다 항상 간단하게 설명해달라고 했지만 다들 절박해서 그런지 굉장히 많이 말했다. 내 오른쪽의 사람은 대답 하나하나가 엄청 길었었다.(이분도 1차에선 붙었다. 근데 2차 면접 시작하기 전에 인사 담당자님이 그분 보고 투머치토커 자제하시고! 라고 당부하셨다.) => 대답은 간결하고 깔끔하게 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1차 면접이 끝나고 같이 본 사람들끼리 톡방을 만들어서 면접 결과를 공유하자고 했다. 온세미는 불합격은 통보하지 않으니 이 방법이 정말 좋은 것 같다. 부리나케 떠난 한 명을 제외하고 4명이서 톡방을 만들었는데, 이 4명 모두 1차를 합격했다. 합격 발표는 면접 다음날인 17일 15시 좀 넘어서 나왔다. 사람이 급하게 필요했고, 추가 모집이라 빠르게 결과를 통보한 것 같다.
면접비는 3만원을 받았다.(2차 면접비는 없다.)
3. 2차 면접
2차 면접은 2월 19일 15시였다. 면접관 : 지원자 = 3 : 3으로 면접관은 대표이사님과 다른 두 분으로 구성되어있었다. 다른 두 분의 직무가 잘 기억이 안 난다.. 거의 모든 질문은 대표이사님이 하셨다. 면접 시간은 1시간이 조금 넘었다.
아래 질문은 간단하게 정리했지만, 대표이사님의 질문이 정말 길다. 그래서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 나는 딱 한 번 질문의 포인트를 찾지 못해 다시 되물어봤다. 질문의 대부분은 정말 즉흥적이다. 그래서 순발력과 기본 지식이 중요하다. 나의 순발력이 좋은 것 같진 않았는데.. 뭔가 대비했던 질문들이 나에게 많이 들어왔다.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았다.
그리고 2차면접이라고 인성 면접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인성 + 기술 면접이다. 이론적 지식과 칠판에 판서하며 설명하는 것까지 대비해야 한다.
2차 면접은 총 6명이 2조로 나뉘어서 봤다. 첫 3명에 내가 포함되어 15시 10분 쯤에 봤다. 그러고 1시간을 봤으니... 다음 조 분들은 1시간 동안 엄청 쫄리며 대기하셨을 것 같다. 면접을 시작하기 전 인사담당자님이 몇몇분께 살짝 조언을 해주셨다. 어떤 분은 잘 대답하는데 갑자기 텐션이 떨어졌다면서 이번엔 텐션 유지하라고 했다. 어떤 분한텐 투머치토크 자제하라고 하셨고 어떤 분한텐 너무 긴장하지 말라고 했다. 나한텐 아무런 말이 없어서 기억에 안 남았나.. 했다.
1) 자기소개
: 1차 때와 똑같이 했다. 면접관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이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같이 본 사람 중 한 분은 자기소개를 다르게 준비해서 오셨다. 면접 스타일이 달라지기 때문에 자기소개도 다르게 준비하면 좋은 것 같다.
2) 실바코 프로젝트 했는데, 거기서 어떤 역할을 맡으셨어요?
: 실바코라는 디자인 오토매이션 툴을 이용해서 모스펫을 제작했는데, 추출한 transfer curve에서 데이터를 추출하고 분석했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대답했다.
추가질문
->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든 건가요?
: 네, gate length가 60nm인 모스펫을 기준으로 만들었...(대답하는 중에 말이 끊겼다.)
-> 60nm면 굉장히 짧네요? 그걸 만들 수 있는 팹이 있었어요?
=> 이 부분은 아마 대표이사님이 헷갈리신 것 같았다. 나는 태양전지 공정실습을 하며 solar cell을 제작했던 걸 자소서에 썼었고, 말하고 있던 것은 silvaco라는 시뮬레이션 tool을 이용해 모스펫을 설계한 건데 두 개가 헷갈리신 것 같았다.(내가 모스펫을 제작했다고 말해서 헷갈리신 게 아닐까 생각한다. tool을 이용할 땐 설계했다고 하자.)
그래서 공정실습 한 것은 solar cell을 만든 것이고, 실바코를 이용해 시뮬레이션을 통해 모스펫을 설계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3) 기억에 남는 과목이 있나요?
: IC 프로세스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8대 공정의 원리, 필요성, 각 공정과의 연관성, 발전 방향에 대해 배웠고, 이를 통해 공정 엔지니어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추가질문
-> 어떤 이론적 지식을 얻었나요?
: 에치에 관해 많은 지식을 배웠다고 대답했다. 에치란 특성에 맞게, 공정 제어를 통해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공정이라고 말하고, wet, dry etch를 간단히 설명하며 선택비, uniformity 등의 파라미터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4) 어떤 공정으로 가고 싶나요?
: 포토 쪽 가고 싶다고 했다. 포토에 대해 많이 배우고 스스로 공부도 했다고 말하고 추가로 공정실습에서도 포토 공정을 해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5) 왜 온세미컨덕터코리아에 지원했어요?
: 1차 면접 때와 같은 얘길 했다. ㅠㅠㅠ 차량용 CIS는 한국 지사에서 안 다룬다고 하셨다... 이 말을 대표이사님이 말씀하시며.. 아마 모를 수 있다고 이해한다고 말씀하셨다. ㄹㅇ 개망했다고 생각했고... 1차 면접에서도 똑같은 말을 했어서 더욱 망했다고 생각했다. 만약 이 글을 보는 온세미 지원자분들이 있으면 한국 지사에서 다루는 걸 언급하시길 바란다.
6) 반도체공학에선 뭘 배웠나요?
: 반도체공학1에선 반도체의 밴드갭, 모빌리티와 같은 물성과 pn junction에 대해 배웠다고 말했다. 그리고 반도체공학 2에선 MOSCAP과 MOSFET에 대해 배웠다고 말했다.
추가질문
-> 반도체란 뭐예요?
: (좀 더듬으며) 밴드갭을 기준으로 설명해보겠다며 시작했다. 반도체란 도체와 부도체의 밴드갭의 사이의 밴드갭을 갖고 있는 물질이라고 했다.
=> 내가 생각해도 정말 대답 못했다. 에휴.. [반도체란 밴드갭이 도체와 부도체의 밴드갭 사이의 적절한 값을 가지는 물질입니다. 여기서 적절한 밴드갭이란 도핑을 통해 전기적 특성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라고 말했으면 깔끔하지 않았을까 한다.]
-> 밴드갭은 뭐예요?
: 밴드갭은 컨덕션 밴드와 밸런스 밴드의 차이를 말한다고 했다. 이론적으로 순수한 물질의 밴드갭에는 스테이트가 없어 전자가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데, 트랩 사이트 등이 있어 전자가 존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도핑을 통해 밴드갭을 줄여 전류를 잘 흐르게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 대답을 보면 정말 기본적이고 어찌보면 겨우 그것밖에 말을 못하나? 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학사 출신이면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면접관분들이 우리에게 원하는 건 대단한 이론적 지식이 아니라 중간에 탈주 안 하고 팀에 잘 녹아들면서 열심히 일할 사람이니까.
7) 모빌리티에 대해 설명해보세요.
: 캐리어의 이동도라고 설명하며 홀과 electron의 이동도가 차이나는 이유를 유효질량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홀과 전자의 모빌리티 차이 때문에 일부 소자에서는 NMOS를 사용한다고 대답했다.
=> 모빌리티는 캐리어의 이동도인데 온도, 압력, scattering 등의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며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온도와 압력과의 그래프가 있는데, 그것에 대해 설명하면 좋을 것 같다.(당시엔 잘 설명할 자신이 없어 온도와 압력은 언급하지 않았다. 진짜 재밌게 배웠던 내용인데.. 이렇게 까먹다니 흐유)
8) 태양전지 원리에 대해 설명해보세요.
: 일단 디렉션 밴드갭 물질을 사용하며 pn 정션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빛 에너지를 받으면 pn 정션의 Depletion region에서 recombination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전류가 흐르게 된다고 대답했다.
=>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내용이 살짝 빠졌다. recombination에 의해 빛에너지가 생성되고 그 에너지에 의해 e-h pair가 생성되어 그 캐리어에 의해 전류가 흐르게 되는 것인데... 당시에 기억이 안 났다. 말하면서도 이상했다.
추가질문
-> 나와서 판서하면서 설명해보세요.
: pn 정션에서 빛에너지를 받아서 recombination이 되는 것까지 말하고 더이상 논리를 펴나가지 못했다. 그래서 기억이 안 난다 그랬다.. 배운지 오래 돼서 기억이 안 난다 그랬다.. ㄹㅇ 멘탈 개쎄게 나갔다. 이런 기본적인 것도 설명 못하다니.. 하면서 자괴감에 빠졌다.
3학년 2학기 때 캡스톤 디자인을 수강하며 태양전지 공정실습을 했었다. 사실 이때도 태양전지 원리에 대해선 열심히 공부를 안 했었다. 뭐 멀티정션, 3중접합, 개방전압, 단락전류, series, shunt resistance, epi-layer는 window... 여러 개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는데~~ 뭐 아직도 모르겠다.. 실제 자소서에서도 공정을 한 것과 공정을 하며 문제를 해결한 것을 위주로 썼었다.
=> 다들 나처럼 되지 말고 자기가 한 것은 열심히 공부하자.
9) 문제해결력이 좋다고 했는데 관련된 경험에 대해 말해보세요.
: 태양전지 공정실습을 진행하며 직접 공정계획을 수정하며 defect를 제거한 경험을 얘기했다. 조교님이 중요하지 않다고 한 defect였는데 나는 그것을 해결하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 원인을 찾아냈고 직접 공정계획을 수정해서 제거했다고 했다. + 그리고 학부 시절, 모르는 게 있어 교수님과 질문을 여러 번 주고 받았던걸 얘기했다. 그래서 교수님이 좋게 봐주셔서 대학원에 들어오라고 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추가질문
-> 엔지니어라면 중요하지 않은 factor는 무시하고 지나갈 수 있어야 하기도 한다. 자신의 어떤 특성 때문에 그렇게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
: 문제에 대한 호기심과 해결하려는 의지 때문이라고 대답했고, 추가적으로 설명을 했는데... 어떻게 설명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설명은 잘했다 ㅎㅎ
=> 이때 좀 아쉬운게, 그 defect가 치명적이었다는 걸 언급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defect가 PR 찌꺼기로 칩 전반적으로 점박이처럼 박혀있었고 어떤 칩에는 1/8을 덮고 있었다. 그래서 Defect가 심각하다고 생각했던 것인데.. 그걸 언급 안 한 게 좀 후회됐다.
-> 대학원엔 왜 안 간 건가요?
: 일단 교수님 분야가 디스플레이라서 안 갔었고, 두 번째론 직접 회사에서 실무를 경험하고 싶어서 라고 했다.
10) 영어질문: 지금까지 면접 본 소감에 대해 말해봐라
: 우물쭈물하는데, 맨 왼쪽 면접관님이 한국어로 얘기해도 어렵겠다며 질문을 바꿔주셨다.
-> 졸업 프로젝트를 한 것에 대해 말해보세요
: 다행히 준비한 게 나와서 말을 시작했다. 그런데 말하다 중간에 더듬으니 끊으시며 그정도 들었으면 어느 수준인지 알겠다고 말하셨다. 그리고 아쉬우면 더 말하실래요? 라고 물어보시길래, 아니다. 이사님이 만족하셨으면 괜찮습니다. 라고 했다.
=>영어질문은 굉장히 즉흥적이다. 같은 지원자 중에 아버지가 온세미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그 분은 아버지에 대해 설명해보라고 했다. 당황한 게 눈과 귀로 느껴졌다. 그러므로 기본 실력이 정말 중요하다.
11) 질문하고 싶은 거 있나요?
: 대표이사님이 생각하는 신입사원의 자세는 무엇인가요? 라고 질문했습니다. 대답은 잘 기억이 안 난다... 흐유
=> 2차 면접을 보고 난 후 기분은 최악이었다. 마음에 걸리는 게 4가지 있었다.
첫 번째, 9)의 추가질문에서 자신의 어떤 특성 때문에 그런 건지 물어보셨을 때, 질문의 포인트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되물어봤다. 이후에 면접 말미에 대표이사님이 신입사원이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얘기해주시는데, 그중 한 번 말하면 잘 들어먹는 사람(굉장히 러프하게 표현했지만 실제로 이렇게 말하지 않으셨다.)이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들으며 주마등이 스쳐지나가는 것처럼... 내가 되물어봤던 게 생각났다.
두 번째, 5) 질문에서 차량용 CIS는 한국 지사에서 안 다룬다고 했기 때문이다... 대표이사님이 모를 수 있다고 하긴 했지만 마음에 걸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세 번째, 영어질문에서 끊긴 것이다. 더듬거려서 더이상 듣기 싫으셨나... 했다.
네 번째, 가장 충격적인 8) 태양전지 원리이다. ㅋㅋㅋㅋㅠㅠㅠ
일단 처음엔 조금 슬펐는데, 같이 면접 본 사람들끼리 거의 30분은 얘기하면서 슬펐던 기분이 다 풀렸다. ㅋㅋㅋㅋㅋ 사실 지금까지 서류는 40개는 지원했고 면접은... 온세미 최종 면접까지 9번 봤다. 그중 나노종합기술원이랑 앰코 1차면접, 온세미 1차, 2차면접 총 4개 빼고는 다 떨어진 것이다. 그래서 떨어지는 것에 해탈한 상태라 큰 타격은 받지 않았다.
결과는 주말을 제외하고 2일만에 났다. 그니까 2월 23일 17시 쯤에 나왔다. 와... 문자 받고 실감이 너무 안 났다. 일단 왜 합격했지? 라는 생각이 컸고 거의 1년 동안 불합격만 해서 그런지 더욱 실감이 안 났다. 너무 신나서 일단 친구 몇 명한테 말하고 부모님께 전화하며 합격의 기쁨을 알렸다. 몇몇은 정말 착한 게 자기 일처럼 기뻐해줬다. 친구는 잘 둔 것 같다 ㅎㅎㅎ
친구랑 얘기하면서 왜 합격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아마 나 자신이 못한 것만 생각나서 그런 걸 거라고 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보니 위에서 못했다고 언급한 질문을 제외하곤 잘 대답했더라. 나답지 않게 대답 마무리도 깔끔하게 했고 거의 더듬지도 않았다. 각성했었나보다!
2월 22일에 졸업이었고 2월 23일에 합격 발표가 났다. 그래서 졸업 선물을 아주 크게 받았다고 생각하며 기분이 좋았다. 소학회에서도 졸업선물을 아주 씨게 받아서 기분이 좋다. 이걸 쓰는 지금까지도 좋다. 미래의 내가 온세미의 공정 엔지니어로서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는 나에게 달려있다. 누구에게 부끄럽지 않고 팀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
부정적인 방향으론 대기업에 지원하고 합격해서 탈주할 수도 있고 사기업이 적성에 안 맞아 탈주할 수도 있고 부서 사람을 잘못 만나거나 팀의 문제아로 찍혀 탈주할 수도 있을 것이다. 뭐 아마 그렇진 않을 것 같다.
길고 길었던 취준 생활이 끝났다. 4학년 2학기와 5학년 1학기까지, 총 1년동안 고생했다. 40여개의 서류를 지원했고 2번의 AI test를 봤고 2번의 SKCT를 봤고 1번의 영어 테스트와 5번의 대면 면접과 4번의 비대면 면접을 봤다. 음 이정도면 고생했나? 나보다 더 고생하는 사람도 있더라. 솔직히 그나마 학점을 쌓아둬서 이렇게 면접을 여러 번 보지 않았나 싶다. 대기업은 둘째치고 중견기업에서는 학점을 많이 보니까 ㅇㅇ. 첫 면접은 PSK의 PE였는데 정말 못했다. 준비도 안 해가긴 했지만, 자기소개도 제대로 못하는 초짜였다. 하지만 여러 번 면접을 보니까 한 3번째 면접부턴 떨지 않더라. 뭐 안 떨어도 떨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직무부트캠프라는 프로그램을 수료했었는데, 이때 멘토님이 하신 말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취업은 서류, (인적성), 면접이다. 공기업이면 모르겠지만, 사기업을 지원하시는 취준생분들은 모두 웬만하면 스펙이 짱짱하시다. 그러니까 스펙을 쌓을 생각, 공부를 할 생각을 하지 말고!! 이력서를 어떻게 채워넣을지, 자소서를 쓰고 다듬는 걸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와 동시에 인적성과 면접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 세 개를 준비하면 하루가 빠듯하다고 한다.
-> 완전 공감한다. 스펙의 비중은 엄청나게 크지 않다. 그 시간에 자소서를 쓰고 고치고, 나의 경험과 지식을 말로 표현하는 스킬을 키워야 한다.
두 번째는 일희일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서류에서 한 6-7번 떨어지고 면접도 한두번 떨어지면 일희일비 하지 않게 되더라... 취준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스펙도, 자소서도, 면접 스킬도 아닌 "멘탈"이다. 멘탈 깨져서 번아웃 상태가 오고 어차피 떨어질 거 왜 쓰지.. 란 생각이 들면... 굉장히 치명적이다. 며칠이 아니라 한달 두달을 버리게 될 수도 있다. 그 시간이 얼마나 귀중한지 취준생이라면 잘 알 것이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자신의 이력서와 자소서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며 첨삭 받으라는 것이다. 자기만 보면 다 괜찮아보이고 이정도면 잘 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친구 중에 절대 안 보여주는 애가 있는데... 어쩌다 그 애 자소서를 봤는데 깔끔하게 잘 썼더라. 근데 치명적인 문제는, 깔끔하게 썼긴 썼는데 뭐 어쩌라는 거지? 란 생각이 들더라. 자신의 경험이 어떻게 활용될지, 그 경험에서 뭘 배웠는지 전혀 녹아들어 있지 않았다. 아마 그 친구는 잘 썼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만큼 깔끔하니까 ㅇㅇ. 근데 이런 단점이 있는 줄은 꿈도 못 꾸겠지.
다들 모두 취뽀하시길! 원하는 기업에 가시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치겠다. 나와 같은 기쁨을 누렸으면 좋겠다.